몰타 남부 해안 핵심코스 (역사지구, 해안절벽, 감성마을)

안녕하세요. 항산지웅입니다.

유럽의 중심에서 독특한 문화와 절경을 간직한 나라, 몰타. 이 작고 매력적인 섬나라의 남부 해안은 북부 해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북부가 휴양과 해수욕 중심이라면, 남부는 몰타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유적과 손대지 않은 자연, 그리고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감성 마을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자유여행자라면 번잡한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몰타의 일상을 살아 숨 쉬는 남부 해안을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 진정한 몰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몰타 남부 여행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세 가지 핵심 키워드, 즉 ‘역사지구’, ‘해안절벽’, ‘감성마을’을 중심으로 몰타의 깊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행 루트를 소개합니다.

몰타

 

 

몰타 남부에서 만나는 고대 문명과 역사 유적지

몰타 남부는 유럽 문명의 오래된 뿌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으로, 선사시대 유적부터 고대 페니키아, 로마, 중세 기사단 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흔적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남부 해안에 위치한 **하가르 킴(Haġar Qim)**과 므나이드라(Mnajdra) 신전은 몰타의 역사적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대 거석 신전입니다.

 

하가르 킴은 바다를 바라보며 세워진 위치 덕분에 신전 자체의 신비함과 더불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경관이 어우러져 경건한 느낌을 줍니다. 이 신전은 기원전 3600년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거대한 석재들이 어떻게 이동되고 조립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학계에서 연구 중입니다.

 

일부 석조물은 별자리나 태양의 위치와 관련이 있어 고대인들의 천문지식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하지나 동지 기간에 신전 내부로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므나이드라 신전은 하가르 킴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으며, 더 정교한 구조와 복합적인 공간 배치를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천문학적 정렬로 설계된 출입구는 매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빛을 받아들이며, 몰타의 선사시대인들이 이미 고도로 발전된 건축기술과 신앙체계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남부 내륙에 위치한 **타르신 신전(Tarxien Temples)**은 선사시대 말기의 조각상들과 제단 구조로 유명합니다. 타르신은 도시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 몰타의 도시적 삶과 역사적 유산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형상이 새겨진 다양한 석상들을 관찰할 수 있어, 몰타 고대 문명의 예술성과 종교의식을 동시에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지구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닌, 몰타라는 나라가 왜 이토록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지, 왜 이 땅이 역사적으로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고대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몰타 남부의 유적지를 천천히 걸으며 몰타의 시간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은 그 어떤 명소보다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장엄한 자연을 만나는 몰타 남부의 해안 절경

몰타의 남부 해안은 인간이 건드리지 않은 대자연의 위엄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북부의 잔잔하고 평화로운 해변과 달리 남부 해안은 절벽과 동굴, 바위 지형이 중심을 이루며 드라마틱한 지형미를 보여줍니다. 이 중에서도 **블루 그로토(Blue Grotto)**는 몰타 남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블루 그로토는 거대한 해식동굴로, 햇살이 수면을 뚫고 들어오며 물속에서 반사되어 동굴 안쪽 벽면에 푸른빛을 만들어냅니다. 이 빛은 시간과 햇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며, 바다 자체가 발광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곳에서는 보트 투어를 통해 동굴 내부까지 들어가볼 수 있으며, 물이 잔잔한 날에는 바닷속 바닥까지 선명하게 내려다보일 정도로 투명합니다.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만으로도 이색적인 해양경관을 즐길 수 있어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필수 코스로 손꼽힙니다.

 

또 다른 남부의 절경지로는 **딩글리 절벽(Dingli Cliffs)**이 있습니다. 몰타에서 가장 높은 절벽 지대로, 해발 약 25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 너머로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특히 석양이 지는 시간에 방문하면 붉은 하늘과 바다, 절벽이 어우러져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합니다. 절벽 근처에는 작은 산책로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여행 중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중 하나는 **구디에라 만(Għar Lapsi)**입니다. 소규모 어촌 마을 옆에 위치한 이곳은 깊지 않은 바다와 주변 바위 지형이 만들어낸 천연 수영장 같은 느낌으로, 몰타 현지인들이 여름철 즐겨 찾는 비밀 해변입니다. 인공적인 요소 없이 바위틈 사이로 드나드는 바닷물 속에서 수영하거나 다이빙을 즐기며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처럼 몰타 남부 해안은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지형 속에서 몰타의 ‘본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행자에게는 일시적인 경험이겠지만, 이 땅에서는 수천 년간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경이로움이 늘 그 자리에 있어왔습니다.

 

 

색감과 분위기로 기억되는 몰타 남부의 매력적인 마을들

몰타 남부는 관광 중심의 대도시보다는 소박한 감성을 담고 있는 마을 중심의 지역입니다. 각 마을마다 고유의 분위기와 문화, 색감이 살아 있어 여행자들에게 진정한 몰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마을은 단연 **마르사슐록(Marsaxlokk)**입니다.

 

이곳은 몰타 전통 어선인 **루주(Luzzu)**가 다채로운 색상으로 칠해져 정박해 있는 항구 마을로, 항구 전체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특히 어선 앞부분에 그려진 눈 모양은 악령을 쫓고 행운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몰타인의 믿음이 깃든 상징입니다. 마르사슐록에서는 매주 일요일 열리는 **피시 마켓(Fish Market)**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신선한 해산물부터 몰타식 튀김요리, 건어물, 향신료까지 현지 색깔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어 현지 문화를 가까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마을에는 바닷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시푸드 전문 레스토랑이 다수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아침 잡은 신선한 생선을 바로 요리해 내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추천 메뉴로는 몰타식 생선 스튜 '알지오타(Aljotta)'와 해산물 리조또, 그리고 말린 문어를 사용한 전통 샐러드 등이 있습니다. 현지 와인과 함께 즐기면 더욱 특별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비르제부자(Birżebbuġa)**와 **질리예리(Xlendi)**는 마르사슐록보다 덜 알려졌지만 그만큼 더 조용하고 현지인의 삶이 가까운 마을입니다. 골목골목 이어지는 담쟁이덩굴과 돌담, 주택들의 베이지색 톤은 몰타 특유의 색감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카페나 작은 교회 앞 벤치에서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감성 마을들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닌, ‘그곳의 삶’을 잠시나마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모습이 더 많은 이런 마을 속에서 몰타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론

 

몰타 남부 해안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깊이 있는 여행지입니다.

역사를 품은 유적지부터 자연이 만든 절벽과 동굴,

그리고 따뜻한 감성이 스며든 마을들까지,

이 세 가지 키워드 안에는 몰타의 정체성과 여행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북적이지 않고, 조용히 몰타를 음미하고 싶은 자유여행자라면,

지금 이 순간 몰타 남부를 지도 위에 체크해 보세요.

길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여행,

몰타 남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